Friday, July 26, 2013

여담

쓸쓸하다못해 외로운 밤이다. 우울함을 달랠 곳이 없어 고작 여기에 끄적이는 게 여간 한심스럽지만 도저히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봄도 가을도 아닌 한여름에 찾아온 손님이 썩 반갑지 않다.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창문을 걸어 잠근지 꽤 오래 전이지만, 아무래도 문 여는걸 터득했는지 기어코 들어오고야 말았네. 대처 능력이 떨어졌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어떤 방법으로 유유히 떨쳐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음악도 아니고 영화도 아니고 책도 아니고 사진도 아니라면 대체 뭘까. 글인가? 그래서 두서없이 필터링도 안하고 쓰는 건가? 손님은 주기적으로 내게 찾아오진 않지만 이따금씩 존재를 알리려 방문한다. 게다가 상상력도 심어주어 안해도 될 괜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눈 감는 것이 무섭다. 지금도 너무 무섭다. 어쩌면 나 자신이 가장 위험하고 무서울 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 2학년때 과학상상화그리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유일하게 그때 딱 한 번 전교 1등을 하고 전국대회 순위에도 올랐다. 그때도 손님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상상력을 심어주었나. 우울한 해저도시를 그린 아이에게 대상을 주다니. 기쁘지 않았다. 만화였다면 이런 말을 했겠지. "멍청한 어른들".

그래서 어른이 된 난 멍청해졌다. 지금 그 해저도시만큼이나 어둡고 깊은 공간을 상상하며 만들어내는 중인가. 내 상태를 보니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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