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ly 01, 2013

내 '위'는 건강하지 않다.

6월은 이래저래 정신이 없던 달이었다.
크래커 7월호도 만들어야하고 담당하던 브랜드에 지면과 영상 촬영을 준비해야했고 Customellow 매거진도 만들어야했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내가 죽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가장 바쁜 시기였던 6월 중순-
바로 전날까지 아무 이상이 없다가 새벽 4시쯤 부터 복통이 시작 됐는데,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질거라는 생각으로 아침까지 방에서 혼자 앓았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복통이라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헛구역질이 계속 나왔고 그럴 때마다 위액만 토해냈다. 뭔가 너덜너덜해진 기분이었다.

두 시간이 흘러 정신을 차렸는데, 그냥 참는다고 해서 나아질 게 아니라고 느껴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여차저차 택시 기사 아저씨에게 업혀 응급실에 갔고 피 검사와 엑스레이 4번 정도를 촬영했다.
다행히 별다른 큰 병 없이 스트레스 위경련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위에 문제가 생겨 병원에 온 건 처음이라 사실 좀 당황했다. 사람이 어떤 병에도 걸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무섭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엄마의 몸이 좋지 않았고, 한 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었기 때문에 장녀라는 부담으로 뭐든 참는 법부터 배웠다. 괜찮아질거라는 미련한 오기도 있었다.
그래서 고등학생 땐 열이 40도를 넘었을 때도 야자실에서 바들바들 떨어 응급차에 실려가기도 했고 21살 땐 장염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다 쓰러지기도 했다.

이번 일로 응급실에 온 건 29년을 살면서 총 5번으로 두 번 다시 미련하게 참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천성은 어쩔 수 없으니 조금씩 고쳐 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좀 멍청한 것 같기도 하다.
최근에 받은 정기 검진 결과엔 콜레스테롤이 정상보다 조금 넘고 저체중이 문제라는데 아프고나니 3kg이 더 빠져 있었다. 잘 먹고 건강 관리에도 신경 써야할 29살. 

사실 건강도 건강이지만 일에 타격을 입으니 괜히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며칠 뒤 편집장님과 나눈 카톡 대화. 역시 진지함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편집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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