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ugust 11, 2013

외할아버지 병문안


아빠를 좋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할아버지를 좋아한다. 우리 외할아버지는 6.25 전쟁 참전 용사인데, 온 몸에 다친 흔적이 많다. 눈과 손(크게 다쳐 양손 엄지 손가락은 구부러져있다. 5살 때였나, 할아버지가 부르는 동요에 율동을 하며 할아버지 손가락을 철없이 따라했다. 그땐 구부러진 손가락도 율동인줄 알았다), 상처 투성이다. 지금은 내 나이가 든 만큼 할아버지의 주름살도 깊다. 마감을 얼마 안 남겨두고 할아버지가 입원했다. 나는 우리 외할아버지의 첫 손녀이기에 그만큼 사랑도 많이 받았고 해달라는 건 다 해주셨다. 그런데 난 내 살 길 바쁘다며 항상 외면했다. 입원했다는 소리에 방에서 펑펑 울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실까봐 겁났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단 한 번도 가까운 누군가의 죽음을 몸으로 겪은 적이 없기 때문에 사실 무방비 상태다. 그 슬픔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동생과 나는 오전 일찍 할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일산 어느 병원에 다녀왔다. 당산역에 내려 병원까지 가는 좌석버스에 한자리씩 앉아 하염없이 바깥 풍경만 보았다. 눈물이 나왔는데 김보미가 볼까봐 쪽팔려서 얼른 닦았다. 입원실에 도착했다. 외할머니와 막내이모와 숙모가 계셨다. 할아버지 팔이 내 팔보다 얇았다. 앙상했다. 뼈 밖에 안 남았다. 그리고 온 몸이 전부 피멍이 든 것 같이 보였다. 몸엔 호수가 연결됐다. 물 찬 걸 빼내고 있었는데 오늘만 4통 째란다. 할아버지 앞이라 울지도 못하고 그냥 씩씩한 척 했다. 화제를 바꾸기 위해 재미난 얘기를 했는데 할아버지가 연신 누워서 허공만 바라보고 소리도 안 내시며 웃으셨다. 우리가 하는 얘기가 재미있었는지 덩치도 크고 장군 같았던 우리 할아버지가 왜소한 모습으로 그냥 웃고 있었다. 나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렇게 아득바득 살았나? 오히려 소중한 게 사라져가는데 뭐에 홀린 듯이 전전긍긍하며 살아 온 내가 원망스럽고 분했다. 어떻게 보면 시간은 꽤 많다. 마음의 문제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할아버지 얼굴 보고 오는 게 그렇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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