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y 03, 2014

[MONOLOGUE] 5-1



오랜만에 밀린 책이나 읽을까 하다 눈에 보이는 책을 대충 골라 집었다. 
음식 먹는 걸 즐기지도,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지만 한창 음식 책(키친 에세이, 음식 소설 등)에 빠져 틈나는 대로 사 모았던 적이 있다. 이 책도 그중 하나인 요시모토 바나나의 '바나나 키친'. 
101개의 짧은 에피소드를 다루는데 읽을 때마다 그녀가 묘사한 음식이 먹고 싶어서 견딜 수 없다. 그러나 그녀의 책 속의 음식은 만들어 먹기 어렵고 한국에선 파는 가게도 많지 않다. 고른 건 나름 유명한 빵집의 '야채(채소) 크로켓' 이었으니 하나 남은 걸 사곤 신 나게 포장을 뜯었다. 한 입 베어 물곤 이내 실망하고 말았다. 저녁 무렵이라 튀김옷은 눅눅하고 속은 축축해 바나나가 묘사한 크로켓과는 전혀 달랐던 거다. 지금 당장 먹고 싶었던 음식에 실망하는 것보다 때론 먹지 않고 읽는 편이 낫겠다 싶네. 

며칠 전부터 커피가 그토록 마시고 싶더니 결국 카페를 찾았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도 햇살이 좋아 야외에서 뜨겁고 진한 커피를 마시려 했지만 고시촌과 대학가가 부근인데 뭘 바라겠나. (그렇다고 그리 고급스러운 커피 문화에 익숙하진 않지만) 그럴 바엔 비교적 한산한 곳을 찾으려 동네 조그만 카페를 들쑤시고 다녔는데 이상하게 한 곳도 자리가 마땅치 않다. 애써 집 밖을 나섰는데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체인점이라도 들어갔다. 
문득 지금은 스웨덴에 있는 친구가 아메리카노 대신 에스프레소를 마셔보라는 얘기가 생각나 주문하려던 찰나 이곳에선 마시고 싶지 않아 원래 마시려던 걸 시켰다. 
아무렴 처음 접하는 건 최적의 기분에 적합한 곳이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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