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원래 쇼핑에는 큰 흥미가 없으나, 좋아하는 것 만큼은 확실하기에 가끔은 지름신이 찾아올 때가 있다.
나는 튀는 옷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애매한 옷도 안 좋아한다.
물론 예전엔 빈티지한 것도 좋아하고 펑키한 것도, 애매한 옷도 좋아했지만 나이가 드니 누가봐도 "기본이네"라고 말하는 그런
디자인 제품이 좋아졌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레페토 신발.
사실 우리나라에서 사려고 했으나 어마어마한 가격 탓에(난 신용카드 하나 없어 항상 일시불 인생) 엄두도 나지 않았지만,
레페토의 고향 파리에 왔으니 본점도 한번 들려보고 싶고 가격도 저렴하니 사야겠다 싶었다.
B
원래는 프랭탕 백화점에서 사려고 했는데, 내가 원하는 제품이 없.었.다.
그리고 지하 1층, 텍스리펀드 해주는 한국인 직원이 싸가지가 없었으므로 차라리 본점이 나을 것 같아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린 참 대책없이 지도 하나만 달랑 들고 겁없이 파리 곳곳을 돌아다녔다.
분명 오페라 가르니에 부근이라고 했는데..
아무리 돌아다녀도 없고, 그럴 때마다 사람들에게 계속 물어보고 또 물어봤다.
사진 속 커플은 "이 부근인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 지도로 봐줄께"라며 핸드퐁으로 뒤적뒤적
사진엔 없지만 꽤 여러 명에게 묻고 다녔다.
기억나는 사람은 멋쟁이였던 할머니 두 분, 담배를 입에 물며 쿨하게 거리를 지나가는걸 붙잡고 물어봤는데
"어머 반가워. 레풰토우? 이 근처야. 근데 잘 모르겠어. 이쪽인가, 저쪽인가. 호호호홓"
담배를 한모금 빨더니 지나가는 여자한테 묻는다.
"레풰토우 어디있더라? 너 아니?"
그 여자도 미안한 듯 모른다고 하자, 이 부근인 것 맞는데 딱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며 미안한 제스처를 취했다.
우리는 고맙다 얘기했고, 할머니 두 분은 담배를 마저 피우더니 양 손을 흔들며 환하게 인사했다.
결국, 가판대 아저씨가 알려줬다.
C
드디어 찾았다.
레페토 본점
들어가자 직원이 환하게 맞는다.
"안뇽? 아시아에서 온 레페토 호구미온느"
내 발 사이즈가 240mm ~ 245mm 정도여서 유럽 사이즈론 37하프나, 38이 맞다.
근데 레페토는 원체 사이즈가 작게 나와서 37을 신으면 엄지 발가락을 잘라야 맞을 정도?
나를 담당한 스탭은 "왜이래, 난 누가봐도 퐈리 여자얀"이라고 말할 법한 외모를 지닌 아름답고 우아한 여자.
돈 쓰러 온 호구미온느를 알아보았는지 엄청나게 친절하다.
"알다시피 레페토는 작게 나왔으니까 너가 37하프나 38을 신으니, 너에게 38하프를 추천할껜" 이라며 주섬주섬 박스를 가져온다.
사실 내가 사려고 한 제품은 두 개인데 하나는 지지(zizi) 흰색이고, 하나는 마이클(michael) 유광 분홍색이었다.
바로 이거.
그런데 저 분홍색이 없다. 이곳에도.
나완 인연이 없나- 생각했는데 다시 눈에 들어온 제품이 있었다.
그래서 샀다.
15유로가 비싸지만 한국에서 사려면 배추잎 몇 장을 얹여줘야 하나...
"이거 두개 계산해줘. 그리고 텍스리펀 되닝?"하고 물으니 "당연하지"라는 말을 남기고 계산대로 따라오란다.
큰 액수의 지폐를 꺼내 주니, 계산하는 여자가
"텍스리펀드 해줄께. 여권이랑 신용카드 번호 좀 줘봐"
왓?
나는 신용카드가 엄서요. 라고 말하니- 영수증에 뭔가를 쓱쓱 적더니 "이걸 들고 샤를드골 공항 가서 절차 밟으렴"이라 말한다.
내 손에 쥐어 진 박스 두 개.
우리나라에 비해 싼 가격이지만 두 개면 그 가격도 만만치 않다.
그래도 잘샀네.
D
이건 마지막날 얘기지만, 말이 나와서 그냥 여기에 적을란다.
인터넷에선 '텍스리펀드 받으려면 최소 3시간 전엔 대기해야해. 그렇지 않으면 짱깨관광객들이 줄 지어서 비행기를 놓칠지몰라'
라고 적혀있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얘기한 거다.
텍스 리펀드를 받으려면 175유로 이상 금액이 되야 해당이 되는데 난 레페토 신발 두 개를 사니 대상자가 되어
조금이라도 환급 받자며 공항에 갔는데 왠걸 나밖에 없었다.
3시간 까진 아니더라도 나름 여유있게 와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문제는 어떻게 리펀드를 받냐는 건데, 파리집에서 나오기 전에 아저씨에게 얘기도 듣고 블로그들을 봤지만,
나는 현금으로 받아야되니까.
일단 리펀드 받는 걸 확인하는 창구로 가서 산 물건과 매장에서 준 종이를 건내니 요리조리 살펴보곤 확인증을 주었다.
이 확인증으로 어떻게 한담.. 이라는 생각이 들자,
조그만한 우편함에 내 확인증 같은 종이가 마구 들어있다.
넣을까, 하다가 '아차 이곳은 신용카드로 받는 사람들일꺼야!'라는 생각이 들어 손을 다시 빼냈다.
그런 다음 둘러보다,
바로 옆 창구 안에 돈통이 있는 걸 발견하곤 확인증을 내밀었더니 여기가 맞다며 종이에 나에대한 사항을 적으란다.
주소며 여권번호며 어쩌고 저쩌고,
그런 다음 현금으로 받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돈으로 65,000원 정도?
받을 수 있었다.
텍스 리펀드 받을 사람은 절차는 꽤 간단하지만, 성수기라면 짱깨들이 줄지어 있으니 미리 가두도록.
* 레페토 매장으로 가는 길 * B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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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페토 본점 * C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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