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내가 떠난다.
2010년부터 함께 했던 그녀를 이제 더는 사무실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처음에 면접 보러 왔을 때가 생각난다.
긴 생머리에 수수한 옷차림(은 좋은 표현이고 사실 촌스러운)으로 노란색 문을 똑똑 두들겼다.
당시 파란 사무실은 처음 오는 사람이라면 몇 번을 헤매다 전화로 어디인지 위치를 물어야 하는 찾기 어려운 곳에 있었는데 전화 한 번 없이 잘 찾아 온 게 신기해서 물었더니
"지도 보고 찾아 왔어요. 전화로 묻기 그래서…"
그때나 지금이나 성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남에게 부탁하는 거 싫어하고 폐 끼치는 것도 못한다. 누구보다 꼼꼼하고 걱정도 많다.
막장 상황극 하는 거 좋아하고 연예인도 좋아한다.
웃기다. 여린 듯 보이지만 사실 강하다. 무엇보다 우리가 생각 못하는 걸 기획한 병맛 컨텐츠 전문 에디터였다.
난 누군가에게 정 주는 게 오래 걸린다.
특히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사람에게 정을 줘서 뭐하나-란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박시내에게 정을 주기까지 6개월이 더 걸렸다.
그러다 정직원이 되었을 때 시내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금방 그만 둘 줄 알았던 체구 작은 여자애가 그 오랜 기간을 혼자 버티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음에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을 때 내심 미안했고 고마웠다.
그리와 나는 시내가 좋아졌다.
고민도 함께 나누고 함께 울고 함께 기뻐했다.
글을 끄적이는 지금 모든 순간이 주마능처럼 스쳐 가는데 정말 아쉽고 속상하고 슬프다.
항상 누군가를 떠나 보낼 땐 왜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 왜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더욱 다독여주질 못했을까-란 생각이 드는데
그렇게 좋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시내에게도 이런 생각은 마찬가지다.
시내야.
이 글을 너가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4년 동안 너 덕분에라도 정말 즐거웠다.
앞으로도 보겠지만… 지금만큼 많이 보진 못할텐데 이러한 상황을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
우리 시내.
어느 곳에 가더라도 잘 할거고 예쁨 받을 게 분명해.
그렇지만 우리가 함께 나눈 4년을 잊지 마:)
많이 보고싶을거야.
사랑한다.
GOODBYE, SIN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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