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워Z를 보기 위해 최쿤과 극장을 찾다가 평일 오후이기도 하고 사람 없을 것 같아 새로 생긴 IFCmall에 가보기로 했다. 유난히 코가 민감해서 에어컨 대신 항상 창문을 열어 바람을 쐬야 하는데도 늘 자상한 최쿤이 새삼 고마워지네..암튼, 최쿤의 차를 타고 여의도에 있는 IMCmall로 향했다.
심한 건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사방이 막힌 곳에 가면 불안 증세를 보이는 '폐소공포증'을 앓고 있어 가급적이면 그런 장소에 가지 않는다. 다행히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 등은 아주 익숙한 곳이라 덜 하지만 극장이나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하는 비행기가 대표적이다. 비행기에선 초반 1~2시간 정도가 쥐약이라 창가 자리를 고집하거나 그러지 못할 경우엔 아예 잠을 자버리곤 한다. 하지만 극장은 어두 컴컴한 곳이기도 하고 출입문을 제외하면 사방이 막혀 있어 답답해서 영화를 끝까지 보지 못하고 뛰쳐 나간 적도 많다. 이런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최쿤은 나와 극장에 가면 출입문 쪽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선택하곤 한다.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최쿤과 친구 사이였던 시절 생일 전날 밥을 사주겠다하여 식사를 하고 시간이 남아 영화를 봤다. 폐소공포증이 있으리라 생각도 못해 어중간한 자리에 앉아 영화를 봤다. 최쿤 증언에 의하면 두 시간내내 사시나무 떨 듯 손을 부들부들 떨며 집중을 못하고 눈빛이 왔다갔다 불안 상태였다는 거다. 덕분에 자신도 영화가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도 못하고 두 시간 공포체험을 한 기분이었다고- 그런 경험을 했으니 이젠 능숙하게 자리를 고르고 되었고, 남자친구가 된 지금은 안정될 수 있도록 손을 꼭 잡아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폐소공포증이 나타나기 전 더 큰 난관에 봉착했으니 바로 나의 공황상태가 시작된 것. 무슨 정신병이 이렇게나 많을까 싶기도 한데- 6살 때인가, 시장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후 낯선 곳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있으면 그 불안 증세가 나타나곤 한다. 이날도 그랬다. 평일인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고(물론 주말보단 없었겠지만) 난생 처음 가보는 곳이어서 안절부절 못했던 건 사실. 표를 끊고 돌아 온 최쿤은 내 정신상태를 파악했는지 좀 오글거리는 말이긴 한데 "내가 있잖아"라는 말로 위안을 해주었다는 후문. 케케
암튼 처음 가본 IFCmall CGV는 정말 깔끔하고 외국 거리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극장 안도 참 좋았다. 인상 깊었던 건 영화 상영 전에 '현대 자동차' 광고가 나왔는데, 정면 스크린뿐만 아니라 사방 벽을 활용하여 입체적인 효과를 주었다. 평소 좋아하던 광고라 연신 "우와"를 외치며 봤던 기억이.
우리는 <월드워Z>를 봤고 영화내내 질겁을 하며 봐야만 했다. 초반에 질질 안 끌고 긴장시키는 영화구먼. 아주 밀당이 제대로야. 내용은 여느 재난 영화와 비슷했으나 스케일이나 등장인물 연기력이 좋았어. 특히, 한국팬을 의식해서인지 '평창'이 언급되었으나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그냥 이름만 가져다 쓴 것!
재미있었다네. 좀비 때문에 질겁하느라 고맙게도 폐소공포증은 그 다음 순위로 밀려나게 됐다. 고마워해야하는건지…
영화를 다 본 후 IFCmall을 구경하기로 했는데, 사실 쇼핑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어서 매장도 그냥저냥 보고 나왔다. 이후 두통에 시달렸는데 아무래도 신축건물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영화 보기 전 최쿤과 나눠먹은 핫도그 맛도 일품! 다음에 영화보러 가면 또 사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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