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플레이 광고를 본 적이 있는지. 광고는 홀로 여행 온 여행객이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서로에게 관심 없던 낯선 이들이 게임으로 하나 된다는 내용.
이 광고를 보며 문득 예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게스트하우스는 마치 기숙사인 것처럼 한 방에 낯선 이들이 함께 생활한다. 화장실도 함께 쓰고 부엌, 그리고 거실 모두 공동으로 쓰는 곳.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뭘 하는지도 모른다. 간단히 차려진 조식 먹을 때를 제외하고 얼굴 맞댈 일이 없어 우린 각자 여행에만 충실하다.
게스트하우스를 처음 접한 건 2012년 2월 경주와 전주 여행을 할 때다. 당시 한창 마감 때라 동생이 이틀 먼저 떠났고 그 후 경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먼저 간 동생이 선택한 곳은 가정집을 개조한 나무로 된 게스트하우스. 일과를 마친 뒤 숙소로 들어가기 전 싸구려 와인과 햄버거를 샀는데 마침 4명의 여자 손님이 저녁을 먹던 참이었다. 치킨과 맥주, 과메기와 소주, 햄버거와 와인. 식탁 위에 어울리지 않은 진풍경이 그려졌다. 알고 보니 4명의 여행객도 두 명씩 따로 왔고 우리 여섯은 서로의 음식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알딸딸하게 술에 취해 이곳은 어디가 좋고 맛있다는 시답잖은 내용으로 마치 신학기가 되어 처음 만난 친구처럼 까르르거렸다.
두 번째 경험은 파리였다. 뒤늦게 와 예의 없이 구는 한 여행객 때문에 기분 나빴는데 하루 함께 묵으니 그녀의 성격이 악의없이 털털했다는 것. 한 달 동안 유럽을 여행하며 파리에서의 시간은 고작 하루뿐이라고 했다. 뭘 할까 고민하다 공연이 열리는 바에 가기로 했단다. 술에 취해 들어와 몽마르뜨 부근 홀로 간 바에서 있었던 경험담을 찰지게 얘기하며 남은 와인 반병을 우리에게 내밀어 파리 원샷을 외쳤다. 공연비에 팁까지 엄청나게 비싼 값을 준 거라더니 맛은 그냥저냥이었지만 같은 여행객 신분으로 건넨 호의가 좋았다.
추억 팔이 하면서 영화 촬영을 위해 먼 곳에 있는 동생에게 문자 보냈다. 영화 끝나면 같이 여행 가쟀더니 무조건 콜이란다. 세 번째 게스트하우스는 어느 곳에 있는지 아직 모르겠지만-
난생처음 보는 사람이 이층 침대의 위 칸을 차지하고 부스스한 얼굴로 조식을 먹으며 개인적인 질문보다 오로지 모두의 관심사인 '여행' 이야기만 늘어놓는 그곳이 왠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