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층에서 바라보니 발 디딜 틈 없이 건물로 빽빽하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8월의 밤은 어느 가을의 오후만큼 춥지 않지만 차가운 바람이다.
저 멀리 보이던 산이 경계선이 흐려지더니 이내 어둠에 자취를 감추었고 서서히 어둠으로 물들어가는 광경을 보는 것은 썩 나쁘진 않은 기분이었다.
하나둘 불이 켜지고 자정이 되기 전까지 이 모든 순간이 유지될 것이다. 그리곤 바람이 지나간 갈대숲처럼 고개를 떨구어 버리겠지.
모든 슬픔이 복합적으로 다가와 마음의 갈등으로 한참 방황하던 고등학생 때 동네 꼭대기 언덕에 가는 걸 좋아했다.
아니.
지금 생각하니 좋아하던 게 아니라 푸념을 늘어놓기 위한 적절한 공간이었을 뿐이다.
지금 생각하니 좋아하던 게 아니라 푸념을 늘어놓기 위한 적절한 공간이었을 뿐이다.
동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엔 누가 놓았는지 모를 벤치 하나가 있었고 밤이 되면 사람 한 명 다니는 게 드문 그곳에 앉아 한 시간을 흘려보내곤 제자리로 돌아왔다.
손가락 두 개로 저 멀리 동네를 둘러싼 산을 넘는 시늉을 했고 스물이 넘으면 이곳을 떠나겠다 다짐했는데 보기 좋게 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난 이곳에 있다.
십 년이 더 지나면 어느 곳 야경을 보며 이런저런 일을 기억해낼 수 있을까.
야경을 바라볼 때마다 아주 쓸모없는 상념이 드는데 이곳 12층에서도 여전히 머릿속을 흔든다.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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