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February 12, 2015

2015 KOREA(1)



MOTOR TOUR



여행자의 삶은 언제나 좋다. 물론, 날이 길어진다면 지루하겠지만, 매번 짧은 여정이 반복되니 당시에 느꼈던 모든 것을 그리워하고 추억하며 또다시 떠날 채비를 하게 된다.

작년에 떠나지 못한 것을 위안 삼아 연인인 최쿤과 3박 4일간의 자동차 여행을 계획했다.
해외를 가겠다는 마음을 접고 우리가 선택한 여행지는 거제와 통영, 안동, 천안으로 지역마다 나름 여행 주제를 잡고 지역을 드러낼 수 있는 곳으로 숙소를 선택했다. 
거제와 통영을 먼저 선택하고 서울로 도착하는 여러 방법 중 경남-경북-충남 코스로 돌기로 한 뒤에 나머지 지역을 골랐다. 고장 음식은 현지인의 도움을 받았다.

거제 숙소 '바비큐', 바람의 언덕 명물 '바람의 핫도그'
통영 통영이 고향인 박하빈 에디터 추천 음식 ‘우짜면, 빼떼기죽, 충무김밥, 꿀빵’
안동 1인당 만 원인 수애당 조식과 수애당 사장님 추천 음식 ‘헛제삿밥’. 그리고 안동의 대표 빵집 ‘맘모스 제과’ 탐방, 안동 지역빵 ‘하회탈빵’
천안 천안에 사는 친구 조준엽 추천 음식 ‘회’와 ‘닭발, 오돌뼈’

거제는 온전히 쉬는 것이 목적이었고, 통영은 먹는 것에 집중했다. 안동은 문화유산(월영교, 수애당, 도산서원)을 관광했으며 천안은 친구를 만나 먹고 마시며 얘기하는 것으로 여행을 마무리했다. 짧지만 많은 곳을 돌아다니니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운전한 최쿤이 정말 고생했다.) 기억에 남을 소중한 여행이었고 사진으로 나열하니 더없이 좋은 추억이라 느낀다.





#1. 거제 GEOJEDO
거제도가 좋다는 얘긴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눈으로 직접 보니 청록색의 바다로 이루어진 지상 낙원이다. 나는 마감을 막 마쳤고 최쿤은 하루도 쉬지 못한 7개월만의 휴식이었기에 거제도에선 아무 생각 없이 마냥 쉬기로 했다.
바다가 펼쳐진 풀빌라에서 수영을 하고 석양과 일출을 보며 그간의 피로를 날렸다.


근로는 매일을 풍부하게 하며 휴식은 피곤한 나날을 더욱 값있게 한다. 뿐만 아니라 근로 뒤의 휴식은 높은 환희 속에 감사를 불러 일으킨다. -보들레르

휴식은 어리석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한 여름 나무 그늘 밑 잔디에 누워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을 보는 것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다. -설 J.럽복



그리고 우린 '바람의 언덕'으로 향했다. 
추운 겨울이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바다인지 하늘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의 티끌하나 없이 청아한 빛깔의 풍경을 보는 순간 대찬 바람을 맞길 잘했다고 느꼈...
그리고 바람의 핫도그 맛은 먹어본 적 없는 독특한 맛이었는데 쫄깃하고 달콤해서 둘의 입맛(어린이)에 딱 맞았다. 

































































#2. 통영 TONGYEONG

한국의 아름다운 고장 통영.
을 볼 새도 없이 배고파서 예민해진 최쿤을 달래기 위해 본격적인 '먹부림' 여정을 시작했다.
하빈이가 추천한 여러 메뉴 중 면을 좋아하는 최쿤을 위해 우짜면을 먹기로.
우짜면은 우동과 짜장면을 합친 것으로 먹지 않았다면 서운했을 정도로 국물까지 다 마셨다. 빼떼기죽도 먹었는데 고구마 말린 것과 찹쌀, 강남콩 등을 넣어 끓여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서울에서 파는 음식점이 없나... 아니면 요리법을 연구해 집에서 만들고 싶다.
충무김밥의 본고장 통영에 왔으니 그 맛을 제대로 느껴봐야지. 
평소 하빈이가 즐겨 찾는다는 뚱보할매네를 찾아 2인분 시켜 배부르게 먹고 가족과 크래커 식구들을 위한 꿀빵을 사러 발빠르게 돌았다. 원조 꿀빵집에 갔으나 1,2호점 모두 문을 닫아 35년 전통의 또다른 꿀빵집을 향했다. 
조금 기다렸으나 갓나온 꿀이 줄줄 흐르는 따끈따끈한 꿀빵을 먹으니 피로야 안녕.

동피랑 벽화 마을도 거북선 탐방도 안 하고 그냥 먹고만 가는규나. 통영 너도 안녕. 













#3. 안동 ANDONG 

안동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이 되었고 우린 통영에서 먹은 모든 것들이 어디로 갔는지 뱃속이 텅텅 비어있었다. 게다가 거제,통영에 비해 얼마나 추운지 내 털코트도 바람을 막지 못했다. 살이 베어져 나가는 기분... 그래도 먼저 월영교 야경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주린 배를 잡고 도착!
사실 경주 안압지 보다 야경이 예쁘지 않았으나 둥실둥실 보름달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막걸리가 절로 생각나는구먼.

그리고 도착한 문화재인 숙소.
겨울 여행이라 묵는 손님은 우리뿐이라 넉살 좋은 사장님은 우리에게 내집처럼 모든 공간을 활용하며 묵다 가라고 했다. 그러며 하는 말씀은 다짜고짜 밤하늘을 보라는 것이었다. 서울에서 보지 못한 무수히 많은 하늘에 박혀 있었는데 어릴 때 약간 끈적인 검정 종이에 펄을 뿌려 놓은 것 같은 기분이다. 하늘 본지도 꽤 오래됐다.
한옥은 운치 있고 특유의 냄새가 있고 온돌 바닥이 정말 따뜻하지만, 공기는 차가워 코끝이 시렵고 외풍이 심하다. 그러나 조용히 사색하거나 글쓰기 참 좋은 공간이다. 나름 좋은 경험이다.

조식은 따로 주문하면 되는데 1인당 만 원이지만 먹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건강식에 맛도 좋다. 반찬과 하얀 그릇은 정갈했고 국을 포함한 모든 음식은 짜지 않고 담백하여 남김없이 전부 먹었다. 
그리고 우린 이곳저곳에서 사진 찍다가 숙소를 나섰다. 













































































안동에서 유명한 빵집 맘모스제과
밀덕인 빵순이 빵돌이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순 없지. 우린 맘모스제과를 찾아 선물용 유자파운드와 베스트 메뉴! 크림치즈빵, 놀부네단호박빵, 통팥빵, 시나몬번을 샀다. 뭔가 난 빵이나 과자가 곁에 있으면 부자가 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선물용 하회탈빵을 사기 위해 맛좋고 영양좋은 안동의 미소 가게까지!
빵투어는 정말 즐거워















그러다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역시 여행에선 사건 하나씩은 뭐 옵션 필수이지. 자꾸 어제밤부터 끼익끼익 소리가 나더니,
잠깐 도로에 멈춰 투비스(자동차 애칭)를 살피니 뒷바퀴 바람이 빠졌다.
어쩌나 싶었는데 기가막힌 운인지 바로 앞에 투비스 병원이 ㅠㅠㅠㅠㅠㅠㅠ 죽으란 법은 없여 ㅠㅠㅠㅠ 알고보니 일자드라이버가 박혀 있었는데.. 아니 왜 도로에 일자드라이버가 있었을까. 그래도 큰 사고가 아니어서 다행!










안동에서 어딜갈지 고민하다 하회마을보다 오히려 한적한 도산서원이 좋을 것 같아서 이동했다.
도산서원은 유학자 퇴계이황이 제자를 양성하다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제자들과 고을 선비들이 모여 만든 곳으로 제자를 양성하는 일종의 교육 기관이다. 

이곳을 어슬렁어슬렁 걸으니 당시의 모든 풍경이 그려졌다.
서원 앞으로 흐르는 아름다운 안동호와 사방에 펼쳐진 자연이 멋스럽고 근사하다. 과연 선비의 고장 답구냐아

















한참을 찬바람 맞으며 돌아다니니 이제 또 배가 고프다.
아니 왜 자꾸 배가 고픈지 몰라.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메뉴는 바로바로바로바로!
안동의 음식, 선비의 야식! 헛제삿밥!!

찾아보니 헛제삿밥은 제사 후 제사음식으로 비빔밥을 해 먹던 안동 풍습에 따라 평상시 먹어도 이렇게 제사음식과 같은 재료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음식이란다.
곁들여 먹는 여러 종류의 전이 좀 식긴 했지만, 간이 삼삼하고 무엇보다 나물이 많은 게 좋았음.
보통 최쿤과 밥을 먹을 땐 느린 내 속도를 잘 맞춰 주는데 헛제삿밥 먹을 땐 후다닥 마시더니 그대로 자고 말았다. 종일 운전하느라 얼마나 피곤했을까 ㅠㅠ
식당은 온돌방에 각각 문을 닫을 수 있어 일부러 밥 엄청 천천히 먹으며 30분 정도를 그대로 뒀다. 최쿤 고마워!




#4. 천안 CHEONAN 

최쿤의 오랜 친구이자 나와도 친구인 쪼준을 만나기 위해 겸사겸사 우린 천안으로 향했다. 어느새 달려오니 저녁 7시 반.
먼저 호텔 체크인을 한뒤 짐을 풀었더니 쪼준과 여자친구인 언니가 호텔 앞으로 도착했다.


도착하기 전-
쪼준이 천안까지 왔는데 뭘 먹고 싶냐는 말에 최쿤은 곧장 "회"라고 말했고(통영에서도 안 먹은 회를 천안에서..) 식사로 회를 먹기로 했다.
겨울철 노로바이러스 걱정에 일부러 회 안 먹었는데 어지간히 먹고 싶었던 모양 ㅋㅋ

스키다시로 고픈 배를 잠재우고 메인 음식인 회먹고 매운탕먹고 ㅠㅠ 짱맛...
게다가 2차로 예전부터 쪼준과 언니가 말한 '닭발' 먹으러 갔는데, 평소에도 엄마랑 매운 닭발 사서 촙촙 먹는 걸 좋아해 마구 달려들었다. 내가 먹은 집 중 베스트 안에 든다...
또 먹고 싶네.
완전 맵고 완전 맛있여 ㅠㅠ
그리고 3차로 목 축이기 위해 크림생맥주 마시고 끝!

쪼준과 언니는 곧 5월에 결혼하는데 결혼 후 신혼집에 놀러가고 싶다:)


























그리고 서울 가기 전, 우린 천안의 자랑 독립기념관에 갔다.
초등학생 때 부모님, 동생과 함께 다녀온 적 있는데 성인이 되고 가니 훨씬 재미있다.
새로 리뉴얼해서 테마파크 처럼 정말 잘 되어있어 천안을 간다면 꼭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음.
추운 겨울이고 평일이라 매우 한적해 구경하기에도 편했고 더욱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만약 역사 공부를 이곳에서 하라고 했다면 잘했을텐데...(괜히 환경탓)

























...전쟁 중











맛있는 점심을 먹은 뒤 우린 3박 4일 여정을 모두 마치고 서울로 출발!
만약 사진으로 남겨두지 않았다면 뭘 했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시간이 지나갔다.
힘들었지만 참 재미있던 1월 여행!

다음을 기약하며 BYE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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